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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말까지 알려주는 블로그 - 판의미로 -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스페인 1944년. 내전은 끝났지만 무장한 반군들은 깊은 산속에 숨어 파시스트 정권에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오프닝에 쓰러진 여자아이의 숨소리로 시작되어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나온다.

오프닝이 끝나고 배경은 현실인 1944년 스페인으로 바뀐다. 이 당시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위시한 파시스트 세력이 공화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상황으로, 공화파 잔당들이 산간지방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한 어머니인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산간오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파시즘 정권에 충성하며 공화파 반군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스페인 경찰 장교로 악명 높은 비달은 회중시계로 시간을 체크하며 카르멘과 오필리아가 제때 오길 기다린다. 비달은 피도 눈물도 없는 성격으로, 수염 한 톨 없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면도를 하는 등 지나치게 깔끔을 떠는 모습을 보인다.



카르멘은 임신중독증을 앓고 있는 몸으로 무리하게 장거리 여행을 한 터라 건강이 더 악화된 상태였다. 장거리 여행이 이미 허약한 상태였던 카르멘에게 무리임을 뻔히 알면서도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논리로 카르멘은 물론 그 딸인 오필리아까지 무리하게 산 속에 있는 자신의 목조 저택으로 이사를 오도록 했던 것. 

 

비달은 카르멘의 상태를 뻔히 알면서도 카르멘보다는 임신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의붓딸인 오필리아에게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라 도착한 오필리아가 인사를 건네도 대놓고 무시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아무 죄 없는 농민들이 단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시스트였다. 낯선 환경과 무서운 새아버지에게 위축된 오필리아의 마음은 당연히 쉽게 열리지 않았다.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네가 그분(비달)을 아버지라 부르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쳤지만 오필리아는 냉정한 비달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죽은 친아버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오필리아를 비달의 하녀들 중 가장 젊은 메르세데스가 이모처럼 다정히 돌보아준다.

 


비달의 저택에 도착한 날 밤, 침대에 누워있던 오필리아는 저택에 도착하기 전 숲 속에서 본 곤충과 다시 만나게 된다. 오필리아가 책 속에 나오는 날개 달린 소인 같은 요정의 모습을 보여주자 곤충이 요정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오필리아는 요정에게 이끌려 저택 부근의 큰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발견한 지하세계로 가는 미로의 유적에서 그녀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정령인 판을 만나게 된다. 판은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경의를 표하고 그녀는 지하세계의 모안나 공주의 환생이라는 것, 그리고 아버지인 지하세계의 왕은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필리아가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오려면 다음 보름달이 뜨는 밤까지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그녀에게 그 임무를 지시하는 책을 건네준다. 다음 날 엄마 카르멘과 저택의 하녀들은 드레스를 입고 공주처럼 예쁜 오필리아의 모습에 감탄하지만 오필리아는 전날 밤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이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어깨에 공주의 증표인 달의 문양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하고 들뜬 마음으로 몰래 책을 펴 자신의 첫 번째 과제를 지시받게 된다.


첫 번째 임무는 나무의 뿌리에 살며 나무를 말라죽게 만들고 있는 괴물 두꺼비에게 마법의 돌을 먹여 그를 처치하고 그 뱃속에 있는 열쇠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고생 끝에 오필리아는 기지를 발휘해 열쇠를 가져오지만 그러느라 카르멘이 특별히 선물해준 만찬을 위한 예쁜 드레스를 진흙으로 심하게 더럽히게 된 데다 만찬에도 불참한다. 화가 난 카르멘은 그 벌로 오필리아를 굶기지만 오필리아는 들떠서 배고픈 줄도 모른다. 그 후 오필리아에게 다가온 요정에게 열쇠를 찾았다며 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한다. 오필리아는 판의 미로로 가게 되고 그 안의 마지막 문이라고 불리는 석상을 보게된다. 오필리아가 형상이 새겨진 석상을 유심히 살펴볼 때 뒤에서 판이 나타나 석상에 대해서 설명한다. 판은 석상을 가리키며 "뒤에 서있는 게 저고 그 앞에 서있는 소녀가 공주님입니다."라며 석상에 새겨진 형상에 대해 설명하다 오필리아가 "소녀가 들고 있는 아기는 누구죠?"라고 물어보자 판은 못 알아들은 척 일부러 그 질문을 무시하고 열쇠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두 번째 임무를 보기 위해 책을 펼쳐봤을 때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려달라고 묻자 책이 자궁 모양으로 피로 물들더니, 카르멘의 상태도 갑자기 악화되어 하혈까지 한다. 카르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오필리아 앞에 판이 나타나 두 번째 임무의 수행을 재촉한다. 오필리아가 "어머니가 아프다"며 할 수 없다고 하자 판은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주며 이것을 우유에 담가 카르멘의 침대 아래에 놓고 만드레이크에게 매일 신선한 피 두 방울을 주라고 한다. 오필리아는 남몰래 판의 지시를 따랐고 덕분에 카르멘의 증상이 주치의도 놀랄 정도로 호전되자 오필리아는 다시 책을 보며 두 번째 임무를 알아본다. 바로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 있는 방에 가 칼을 가져오는 것. 오필리아가 판이 준 분필로 문을 그려서 들어간 방 안에는, 괴물이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두고 잠든 채 있었다. 그 주변에는 괴물이 아이들을 잡아먹는 장면의 벽화라든지, 잡아먹힌 아이들의 신발과 옷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오필리아는 받은 열쇠로 상자를 열어 칼을 챙겨 나왔고, 그렇게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는...듯 했지만, 굶어서 배가 몹시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 방의 식탁 위에 있는 진수성찬에 결코 손을 대선 안 된다는 판의 지시를 무시하고 포도알을 두 개 집어먹고 만다. 그러자 괴물이 깨어났고 오필리아와 함께 온 세 요정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괴물을 막으려다 그만 괴물에게 뜯어 먹혔다.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을 쫓아오는 괴물을 보고 기겁한 오필리아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정과 함께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다.


요정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판은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오필리아에게 화를 내더니 "당신은 절대로 지하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이 세계의 인간들처럼 늙어서 죽게 될 것이오!"라며 그녀의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한편 메르세데스는 숲 속에서 게릴라군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동생 페드로와 긴밀히 내통하여 비달의 계획을 방해한다. 사실 메르세데스뿐만 아니라 카르멘의 주치의도 게릴라군의 일원으로서 첩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주치의는 메르세데스와 함께 몰래 숲으로 가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빼돌린 항생제와 다른 보급품을 전달해준다. 그리고 다음 날 게릴라군은 비달의 처소와 진지를 습격한다. 비달 역시 이에 대한 반격으로 숲 근처의 게릴라군을 잔인하게 죽이고 게릴라군의 일원을 사로잡아 혹독하게 고문한 끝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비달은 고문으로 이미 폐인이 된 게릴라군을 치료한 뒤 다시 심문할 생각으로 주치의를 불러들이나 주치의는 게릴라군을 위해 그의 동의하에 다량의 진정제를 주입하여 안락사시킨다. 비달이 어째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 묻자 주치의는 "오로지 복종만을 위한 복종을 하는 것은 당신 같은 족속이나 가능한 일이오"라고 말하고, 빼돌려진 항생제 때문에 주치의가 첩자인 것까지 알고 있던 비달은 자신에게 등을 돌려 떠나는 주치의의 등에 총을 쏘아 사살해버린다.

한편 판이 사라지고 나서 오필리아는 카르멘의 침대 아래에 놓은 만드레이크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가 그만 비달에게 들키고 만다.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보고 경악한 비달이 그것을 빼앗아 내팽개치려 하자 오필리아는 "판이 그러라고 했다"며 울먹인다. 그런 오필리아에게 비달은 "동화만 보더니 완전히 미쳤다!"고 화를 낸다. 결국 카르멘이 일어나 자신이 딸을 혼내겠다며 비달을 내보낸다. 모녀만 남겨지자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현실은 차가우며 동화 같은 건 없다"면서 오필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끝내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 그러자 여태껏 잠잠하던 만드레이크 뿌리가 불에 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카르멘의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진통이 시작된다. 하녀들이 소식을 비달에게 알리자 비달은 급한 대로 군의관을 불러들이고, 그녀는 군의관의 집 도하에 비달의 아들을 출산한 직후 사망한다. 아내가 죽고 의붓딸이 슬퍼하는데도 비달은 자신의 아들에게만 신경을 쓰는 냉담함을 보인다.


카르멘의 장례식이 끝나자 메르세데스는 비달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것을 알고 오필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다. 오필리아는 "혼자 남겨지기 싫다, 데려가달라"고 호소하고 오필리아를 동정한 메르세데스는 오필리아까지 데리고 야반도주하려다 붙잡히고 만다. 비달은 오필리아를 방에 가두면서 "누가 애를 구하러 오면 애부터 죽여라"라고 명령하고 메르세데스는 고문으로 취조하려고 결박해둔다. 하지만 그가 방심한 사이 메르세데스는 몸에 지니고 있던 단도로 결박을 풀고 그를 찔러 제압하고는 "오필리아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비달의 입에 칼을 넣어 왼쪽 뺨까지 찢는 큰 상처를 남기고 도주해버린다. 숲 속으로 도망간 메르세데스는 비달의 명을 받은 그 부하들에 의해 곧 포위되지만 때마침 페드로가 이끌고 온 게릴라군이 비달의 부하들을 사살하고 그녀를 구출한다. 비달은 입가에서 뺨까지 난 찢어진 상처를 손수 실로 꿰매고 거즈를 붙인 뒤 진정제로 쓰기 위해 상비한 브랜디를 마신다.

그날 밤 방에 홀로 갇혀 슬픔과 외로움에 빠진 오필리아 앞에 판이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갓 태어난 남동생을 미로까지 데려오라고 한다. 오필리아는 몰래 비달의 방에 들어가 비달의 술잔에 주치의가 카르멘에게 줬었던 약을 다량으로 넣고 아기를 안은 채 조용히 나가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게릴라군이 들이치며 낸 폭격 소리에 비달에게 들켜버리자 곧바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페드로가 이끄는 게릴라군이 계속 들이닥쳐 수류탄이 터지고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며 수적 열세에 밀린 부하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비달은 진정제 때문에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의 아들을 안고 도주하는 오필리아만을 쫒아간다. 그 직후에 허겁지겁 저택으로 진입한 메르세데스와 게릴라군은 제일 먼저 오필리아부터 찾지만 그녀의 방엔 분필로 그려진 문만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오필리아는 추격전 끝에 가까스로 비달을 따돌리고, 따지고 보면 벽이 갈라졌지만 숲 속의 미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판은 칼(오필리아가 두 번째 임무에서 가져온 칼)을 들고 지하세계의 문을 열려면 죄 없는 사람의 순결한 피가 필요하니 아기의 피를 뿌려야 한다며 오필리아에게 남동생을 달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오필리아가 남동생을 죽일 수 없다며 끝까지 거부하자 "정 그렇다면 공주님 맘대로 하십시오!"란 말을 남기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필리아에게 다가온 비달은 그녀의 품에서 자신의 아들을 빼앗자마자 그녀를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버린다. 그리고 유적 한가운데 쓰러져 피를 흘리는 오필리아를 방치한 채 아들을 품에 안고 숲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숲을 나오자마자 메르세데스가 이끌고 온 게릴라군과 마주치게 된다. 살기등등한 그들이 이미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전멸시켰으며 자신 역시 죽게 될 것임을 알게 되자 비달은 메르세데스에게 아기를 건네주며 "내 아들이다. 내가 죽거든 그 아이에게 내 이름과 내가 죽은 시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꺼낸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아니, 이 아이는 너의 이름도 모를 것이다."라고 냉정히 말한다. 그 직후 페드로가 비달의 얼굴에 총을 쏴 확인사살. 총알이 비달의 오른쪽 뺨을 통과하자 비달의 눈이 붉어지는데 이 역시 비달이 뺨의 상처를 손수 꿰매는 씬과 더불어 끔찍하면서도 리얼한 씬으로 꼽힌다.

 

한편 메르세데스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페드로와 함께 미로로 들어가 오필리아를 찾는다. 그러나 이미 오필리아는 죽어가고 있었고, 메르세데스는 눈물을 흘리며 오필리아에게 허밍으로 자장가, 영화의 첫 씬에서 흐르던 그 음울한 노래를 불러준다.

화면이 바뀌어 오필리아의 피가 미로의 지하에 떨어져 지하왕국의 문이 열리고 화려한 지하왕국이 오필리아의 눈 앞에 펼쳐진다. 그곳에선 공주의 아버지인 지하왕국의 왕과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왕비, 그리고 판을 비롯한 백성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왕은 남의 피를 희생하는 대신 자신의 피를 흘리는 것이 마지막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으며 그녀를 칭찬하고 판과 다른 백성들도 모두가 오필리아를 크게 반겨준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미로 한가운데 쓰러져있던 오필리아는 결국 죽게 되고, 메르세데스는 안타까움과 비통함으로 오열한다. "그리고 공주는 아버지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왕국을 오래오래 평화롭게 다스렸으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흔적들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아는 자들에게만 보인다고 한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며 영화가 끝난다.